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초보 캠퍼들이 첫 캠핑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중 하나가 바로 "랜턴을 너무 대충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몽환적인 감성 랜턴 몇 개만 사서 갔다가, 밤이 되면 고기가 익었는지 탔는지 보이지 않아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밥을 먹는 촌극이 벌어지곤 하죠.
저는 다행히도 첫 캠핑을 떠나기 전 '캠핑장에는 가로등이 없다.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암흑이다'라는 사실을 미리 뼈저리게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어설픈 감성 랜턴 대신 처음부터 완벽한 '3단 랜턴 세팅(메인 + 가로등 + 무드)'을 준비해 갔고, 덕분에 단 한 번의 중복 투자 없이 대낮처럼 환하고 감성 넘치는 캠핑의 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랜턴 지옥에서 여러분을 구원해 줄, 저의 완벽했던 랜턴 세팅 조합을 전격 공개합니다.
가장 중요한 1순위는 사이트 전체, 혹은 텐트 내부 전체를 환하게 비춰줄 초대형 고출력 LED 랜턴입니다. 저는 흔히 캠퍼들 사이에서 대장급이라 불리는 '크레모아(CLAYMORE)' 랜턴의 가장 큰 사이즈를 선택했습니다.
이 메인 랜턴의 목적은 단 하나, '생존과 활동'입니다. 최소 2,000루멘(Lumen) 이상의 스펙을 가진 랜턴을 타프 정중앙이나 텐트 천장에 매달아 두면, 말 그대로 대낮처럼 환해져서 밤늦게 텐트를 치거나 철수할 때, 그리고 저녁 요리를 할 때 100%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서 처음엔 부담스럽지만, 이거 하나면 캠핑의 질 자체가 수직 상승합니다.
메인 랜턴 하나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제가 추가로 준비한 핵심 치트키는 바로 삼각대 스탠드에 꽂아 높게 세워두는 '가로등 랜턴'이었습니다.
여름철 캠핑장의 가장 큰 적은 '벌레'와 '나방'입니다. 벌레들은 무조건 가장 밝은 빛을 향해 돌진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밥을 먹는 테이블 위에만 밝은 랜턴이 있다면? 온갖 나방과 날벌레들이 밥그릇으로 뛰어드는 대참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텐트에서 약 3~4미터 떨어진 외곽에 스탠드를 높이 세우고, 서브 LED 랜턴을 최고 밝기로 켜두었습니다. 이렇게 세팅하면 벌레들이 텐트가 아닌 저 멀리 있는 가로등 랜턴으로 모두 몰려가게 됩니다. 일종의 방어막이자 미끼를 던져두는 것이죠. 동시에 우리 텐트 주변의 어두운 돌부리나 팩 선을 밝혀주어 아이들이 밤에 화장실 갈 때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는 안전요원 역할까지 톡톡히 해냅니다.
위의 1단계와 2단계로 완벽한 생활 조명과 방어막을 구축했다면, 이제 드디어 여러분이 원하시던 '감성'을 한 스푼 넣을 차례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불멍을 하거나 가볍게 맥주를 한잔할 때는 천장의 눈부신 메인 랜턴 밝기를 최하로 낮추거나 꺼버립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자그마한 미니 조명이나 가스 호롱불, 오일 랜턴을 켜둡니다.
루메나 M3, 골제로 같은 작고 예쁜 미니 LED 조명이나 주황빛이 일렁이는 가스 랜턴은 주변 사물을 밝힐 능력은 전혀 없지만,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만드는 데는 최고의 위력을 발휘합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테이블 위 일렁이는 주황빛 미니 랜턴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이 맛에 캠핑 오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초보 여러분, 랜턴 뽐뿌가 온다면 절대 디자인부터 보지 마세요. [1. 무식하게 밝고 오래가는 대장급 메인 LED 랜턴]을 먼저 결제하시고, [2. 벌레를 꼬이게 할 스탠드형 가로등 랜턴]을 추가한 뒤, 남는 예산으로 [3. 예쁜 테이블용 감성 미니 랜턴]을 구매하세요. 이 3단 세팅만 기억하시면 평생 랜턴으로 중복 투자할 일은 제로에 수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