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보통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들은 작고 가벼운 돔 텐트나 만만한 폴대형 텐트로 입문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캠핑 시작 전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며 '감성 캠핑'에 완전히 눈이 멀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 첫 텐트로 어마어마한 녀석을 덜컥 결제해 버렸습니다.

바로 폴대 없이 전동 펌프만 꽂으면 스스로 웅장하게 기둥을 세우는 '카키색 면 에어텐트'였습니다. 베이지색의 흔함이 싫어 선택한 카키색 특유의 밀리터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 그리고 뽀송뽀송한 면 소재는 완벽 그 자체였죠. 단, 그 거대한 괴물을 제 승용차 트렁크에 싣기 전까지만 말입니다.

저의 첫 텐트이자 자랑이었던 카키색 면 에어텐트. 비주얼과 설치 속도는 최고였지만 수납은 재앙.
저의 첫 텐트이자 자랑이었던 카키색 면 에어텐트. 비주얼과 설치 속도는 최고였지만 수납은 재앙.

🚙 카키색 괴물의 역습: "여보, 우리 차를 바꿔야 할 것 같아"

에어텐트가 배송된 날, 현관문 앞에 놓인 박스의 크기를 보고 저는 잠시 숨을 멈췄습니다. 폴대가 없는 대신 거대한 고무 에어 튜브와 두꺼운 면 스킨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 보니, 패킹 사이즈가 웬만한 성인 남성의 몸집보다 컷고 무게는 무려 50kg가 넘었했습니다. 쌀통 두 개를 합쳐놓은 듯한 묵직함이었습니다.

첫 캠핑 당일,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 이 카키색 에어텐트를 밀어 넣자마자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텐트 하나 들어갔을 뿐인데 트렁크 공간의 70%가 꽉 차버린 것입니다. 밖에는 캠핑 매트, 릴렉스 체어 4개, 폴딩 테이블, 침낭 4개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죠.

결국 그날 저는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테트리스를 한 끝에, 조수석 바닥과 뒷좌석 아이들 발밑, 심지어 무릎 위까지 짐을 욱여넣고 피난민처럼 캠핑장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룸미러로 뒤가 보이지 않는 것은 예사였죠. 그날 밤, 영롱한 카키색 텐트에 누워 낭만을 즐겨야 할 저는 스마트폰으로 엔카(중고차 어플)를 뒤지며 '카니발 4세대 중고 시세'를 심각하게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텐트 하나 샀다가 3천만 원짜리 차를 사게 생긴 전형적인 '카니발 병'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카니발 병을 완치시켜주고 수천만 원을 아껴준 기적의 구세주, 차량용 루프백입니다.

💡 수천만 원을 아껴준 기적의 구세주, '루프백'

며칠을 앓아눕던 중, 이성을 되찾고 카니발의 엄청난 할부금 유혹을 뿌리친 제가 선택한 최후의 보루는 바로 '차량용 루프백(Roof Bag)'이었습니다.

지붕 위에 값비싼 가로바를 설치하고 딱딱한 플라스틱 루프박스를 올리려면 100~200만 원이 우습게 깨지지만, 튼튼한 웨빙 끈으로 문틀에 걸어 지붕에 단단히 고정하는 소프트형 '루프백'은 10~20만 원대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루프백을 장착하고 떠난 다음 캠핑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본 루프백의 장단점을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루프백의 압도적 장점 👍 루프백의 뼈아픈 단점 👎
1. 미친 가성비와 수납력: 15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500L 이상의 엄청난 수납공간이 지붕에 생깁니다.

2. 뒷좌석의 평화: 발밑을 굴러다니던 침낭, 옷가방, 전기장판을 다 지붕으로 올리니 차 안이 운동장처럼 넓어졌습니다.

3. 탈부착의 편리함: 캠핑을 안 가는 평일에는 가방처럼 싹 접어서 베란다에 보관하면 끝입니다. 자동 세차장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죠.
1. 극악의 설치 노동력: 한여름이나 비 오는 날, 차 문을 열고 밟고 올라가 지붕 위에 짐을 올리고 끈을 팽팽하게 묶다 보면 욕이 절로 나옵니다.

2. 풍절음(바람 소리):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 밟으면 지붕에서 끈이 떨리며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심하게 납니다.

3. 외관의 아쉬움: 날렵한 루프박스에 비해 각이 덜 살고, 끈으로 칭칭 감아놓은 모습이 약간 보따리장수 같은 짠한 느낌을 줍니다.

🚨 루프백 사용 시 절대 주의사항 (무거운 건 트렁크로!)

루프백을 쓴다고 해서 거대한 에어텐트 본체나 쇠 폴대, 팩 가방 같은 무거운 짐을 지붕에 올리면 절대 안 됩니다. 차 지붕이 찌그러지거나 급커브를 돌 때 차가 전복될 위험이 있습니다.

수납의 정석은 "무겁고 딱딱한 것(카키색 에어텐트, 팩가방, 버너)은 무조건 트렁크 바닥에 깔고, 부피만 더럽게 크고 가벼운 것(침낭, 발포매트, 전기장판, 옷가방)을 루프백에 때려 넣는 것"입니다.

부피가 큰 텐트 때문에 차를 바꾸는 것은 진짜 배보다 배꼽이 큰 일입니다. 저처럼 수납 압박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다면, 중고차 사이트를 끄시고 당장 10만 원대 루프백부터 결제해 보세요. 테트리스의 스트레스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기적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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