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지난 포스팅에서 50kg이 넘는 거대한 면 에어텐트와 사투를 벌였던 저의 첫 텐트 구매 실패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그 지옥 같았던 피칭과 철수를 겪고 나니,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무조건 가볍고 부피가 작은 장비를 사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캠핑장에서 가장 오랜 시간 몸을 맡겨야 할 '의자'를 고를 때, 저는 수많은 캠퍼들이 추천하는 '초경량 헬리녹스 스타일'의 의자를 결제했습니다. 목을 기댈 수 없으면 불편하다는 조언을 듣고, 굳이 머리까지 든든하게 받쳐주는 '롱바디(하이백)' 스타일로 골랐죠. 1kg 남짓의 가벼운 무게에 머리까지 기댈 수 있다니, 50kg 텐트로 부서진 제 허리를 구원해 줄 완벽한 아이템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텐트를 다 치고 드디어 쉬어보겠다며 그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순간, 제 환상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가벼움과 디자인만 보고 샀다가 캠핑 내내 저를 괴롭혔던, 뼈아픈 초경량 체어 내돈내산 실패기를 공유합니다.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 피칭을 마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초경량 체어의 폴대(프레임)를 조립하고 스킨을 끼웠습니다. 텐트 피칭에 비하면 애교 수준의 노동이었죠. 드디어 땀을 닦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습니다.
그런데 푹신하게 몸을 감싸주는 '안락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머리까지 올라오는 긴 등받이가 무색할 정도로,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노동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을 직접 해보니 깨달은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캠핑장에서는 '텐트 안에서 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를 괴롭혔던 치명적인 단점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경량 체어는 패킹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전체적인 폭이 좁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제 체형이었습니다. 엉덩이가 좀 큰 편인 저에게 이 의자는 가혹했습니다.
해먹처럼 편안하게 감싸줄 거라 기대했던 스킨은 오히려 제 엉덩이와 허벅지 양옆을 강하게 옥죄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불멍을 할 때도 꽉 끼는 바지를 입은 것처럼 답답해서 도무지 편하게 쉴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를 편하게 기대라고 만든 하이백 구조였지만, 하체가 불편하니 목을 기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두 번째 고통은 의자의 '높이'였습니다. 무게를 줄이려다 보니 의자 다리가 짧고, 엉덩이 쪽이 밑으로 푹 꺼지는 구조였습니다.
테이블에 올려둔 고기를 먹으려면 푹 꺼진 엉덩이를 축으로 삼아 상체를 억지로 구부려야 했고, 식사 내내 소화불량에 시달렸습니다. 가장 최악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습니다. 엉덩이가 바닥에 가깝게 붙어있다 보니, 화장실에 가려고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아이고"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무릎 관절에 엄청난 무리가 갔습니다.
'1kg'이라는 초경량은 수납할 때는 천국이지만, 자연 속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산에서 불어오는 돌풍에 의자가 휙 뒤집어지거나 날아가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하마터면 화로대 속으로 굴러가 의자를 통째로 태워 먹을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죠. 내가 앉아있지 않을 때는 돌덩이라도 올려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수납 부피를 줄여주는 초경량 체어는 백패킹이나 미니멀 캠핑에는 훌륭한 장비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캠핑장 생활의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내며 '휴식'을 원하는 오토캠퍼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저는 캠핑 내내 그 의자 위에서 뒤척이다가, 다음 캠핑을 앞두고 부피는 조금 크지만 앉았을 때 소파처럼 넉넉하고 편안한 의자로 다시 기변을 해야만 했습니다. 첫 장비 세팅을 준비 중이시라면, 절대 인터넷 후기만 보고 의자를 덜컥 구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 포스팅 예고)
텐트와 의자에서 연달아 쓴맛을 본 저의 첫 캠핑. 과연 무사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환절기 캠핑의 추위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입 돌아갈 뻔했던 팬히터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