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텐트 때문에 거실을 하루 비웠다
비 오는 날의 캠핑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텐트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밖에 나가지 않은 채 안에서 밥을 먹는 시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가 조금이라도 잦아들 줄 알았는데 퇴실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계속 내렸습니다.
당시 쓰던 텐트는 약 55kg짜리 대형 면 에어텐트였습니다. 마른 상태에서도 가볍지 않은데 비에 젖은 원단은 손에서 미끄러졌고, 한쪽을 접는 동안 다른 쪽은 다시 바닥에 닿았습니다.
그날은 반듯하게 접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어떻게든 차에 실을 수 있는 정도로 모으는 데 집중했습니다.
철수 날 아침
젖은 텐트를 원래 가방에 넣으면 가방 안쪽은 물론이고 차 안의 침구와 다른 장비까지 젖을 것 같았습니다. 캠핑장에서 큰 비닐을 하나 사서 접어놓은 텐트를 통째로 넣었습니다.
비닐은 집까지 옮기는 동안만 사용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집까지 약 4시간이 걸렸는데, 도착하자마자 다른 짐보다 텐트를 먼저 꺼냈습니다.
차에서 내린 텐트는 그대로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가구를 한쪽으로 밀고 바닥을 비운 다음 비닐을 벗겼습니다. 비가 묻은 원단과 흙이 거실에 펼쳐지니 캠핑이 아직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텐트가 워낙 커서 한 번에 전부 펼칠 수는 없었습니다. 일부는 겹쳐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앞뒤를 바꾸거나 젖은 부분이 위로 오도록 위치를 옮겼습니다.
거실 한가운데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고 원단 안쪽으로 바람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바닥과 모서리, 에어빔 주변처럼 원단이 겹치는 부분은 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했습니다.
그 상태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 날에는 눈에 보이던 물기가 거의 사라졌고 만졌을 때도 크게 축축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가방에 넣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맡아보니 눅눅한 냄새가 남아 있었습니다. 겉은 말랐어도 접힌 안쪽까지 마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냄새가 나는 텐트를 다시 가방에 넣기는 찜찜했습니다. 날씨가 맑아진 날 텐트를 다시 접어 밖으로 들고 나갔습니다.
밖에서는 거실보다 원단을 넓게 펼칠 수 있었습니다. 겹친 부분을 줄이고 햇빛과 바람이 닿도록 중간중간 방향을 바꿨습니다.
밖에서 다시 말린 뒤에는 남아 있던 냄새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제야 바닥과 접힌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전용 가방에 넣었습니다.
텐트 본체에는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함께 사용했던 별도의 메쉬 수납망에서 곰팡이를 발견했습니다.
메쉬라서 잘 마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젖은 장비와 같이 있었거나 안쪽에 습기가 남은 채 보관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수납망은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텐트만 꺼내놓지 않습니다. 전용 가방과 스트랩, 팩 주머니, 바닥포도 따로 펼쳐놓고 만져봅니다. 비에 젖었던 물건은 작아 보여도 그냥 가방 안에 넣지 않습니다.
철수할 때 묻은 흙은 당시 물티슈로 가볍게 닦았습니다. 다만 원단이나 코팅에 맞는 세척법인지 확인하고 사용한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다시 심한 오염이 생긴다면 마른 흙부터 털고, 세척이 필요한 부분은 제조사에 먼저 확인할 생각입니다.
비 오는 날 캠핑을 다시 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텐트 안에서 들었던 빗소리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대신 이제 비 예보를 보면 캠핑장에서 보낼 시간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돌아온 뒤 이 큰 텐트를 어디에 펼쳐놓을 수 있을지부터 떠올립니다.
첫 우중 캠핑은 집에 도착하고도 하루 넘게 이어졌습니다. 거실에 펼치고, 다시 밖으로 들고 나가고, 메쉬망 하나를 버리고 나서야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