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우당탕탕 첫 캠핑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어느새 캠핑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텐트 위로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부침개와 막걸리를 즐기는 '우중 캠핑' 영상은 초보의 가슴에 또 한 번 헛된 낭만의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유튜버들은 비가 그친 뒤의 처참한 뒷정리 과정은 절대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늘은 낭만이라는 포장지 속에 철저하게 감춰진 우중 캠핑의 진실과, 무려 50kg에 육박하는 젖은 텐트 말리기 지옥, 그리고 피눈물 나는 곰팡이 예방법에 대해 저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텐트 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이른바 '텐트 밖은 비' 감성은 정말 최고입니다. 흙냄새와 풀내음이 진하게 올라오고, 평범한 라면 한 그릇도 빗소리를 반찬 삼아 먹으면 최고급 요리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딱 10%의 낭만입니다.
철수하는 아침, 우중 캠핑의 뼈때리는 진실이 시작됩니다. 비에 흠뻑 젖은 텐트는 물을 머금어 원래 무게의 1.5배 이상 무거워집니다. 제 50kg짜리 면 에어텐트는 체감상 80kg의 거대한 물먹은 하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질척이는 진흙탕 속에서 흙범벅이 된 스킨을 접다 보면 우비 속으로 땀과 비가 섞여 흐르고,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할까" 하는 현타가 진하게 밀려옵니다. 예쁘게 접는 것은 사치이며, 그저 거대한 김장 비닐에 텐트를 쑤셔 넣고 차 트렁크에 던져 넣는 것이 유일한 철수 방법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차 트렁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대한 텐트 뭉치를 꺼내 현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진정한 젖은 텐트 말리기 지옥의 문이 열립니다.
방수포와 스킨, 루프플라이까지 겹겹이 젖은 장비들을 아파트 거실과 베란다에 모두 펼쳐 널어야 합니다. 순식간에 집안은 텐트 난민촌으로 변하고, 꿉꿉한 흙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합니다. 에어컨 제습 모드와 집에 있는 모든 선풍기, 서큘레이터를 총동원하여 24시간 내내 돌려야 합니다. 텐트가 워낙 크다 보니 중간중간 스킨을 뒤집어주고 겹친 부분을 펴주는 중노동을 이틀 내내 반복해야만 간신히 바스락거리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말리기 지옥이라 불리는 현실입니다.
특히 저처럼 면 소재가 섞인 텐트를 사용하신다면 건조는 선택이 아닌 생존입니다. 면텐트는 통기성이 좋고 결로가 없는 대신, 습기에 매우 취약하여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끔찍한 검은 반점이 생깁니다. 피눈물 나는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확실한 곰팡이 예방법 3가지를 알려드립니다.
Q1. 텐트 건조를 위해 빨래 건조기나 코인 세탁소를 이용해도 되나요?
A1. 절대 안 됩니다! 텐트 스킨에는 방수(발수) 코팅과 심실링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건조기의 뜨거운 열을 가하면 코팅이 모두 다 녹아내리고 원단이 쪼그라들어 텐트를 그대로 버려야 합니다. 반드시 자연 건조나 제습기를 이용한 냉풍 건조를 해야 합니다.
Q2. 도저히 집에서 말릴 엄두가 안 나면 어떻게 하죠?
A2. 텐트 부피가 너무 크거나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면 '텐트 전문 세탁 건조 업체(텐트 세탁소)'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비용은 텐트 크기에 따라 5만 원~15만 원 정도 발생하지만, 곰팡이가 피어서 100만 원짜리 텐트를 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선택입니다.
Q3. 이미 텐트에 검은 곰팡이가 생겨버렸다면 지울 수 있나요?
A3. 시중에 파는 곰팡이 제거제(락스 성분)를 쓰면 곰팡이는 지워지지만 텐트의 색상도 같이 하얗게 탈색되어 버립니다. 곰팡이가 이미 깊게 자리 잡았다면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시 텐트 전문 세탁 업체에 맡겨 부분 복원 시공을 받아야 합니다.
빗소리의 낭만 뒤에는 엄청난 육체적 노동이 따르지만, 이 말리기 지옥마저도 어느새 캠핑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중 캠핑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오늘 알려드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