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50kg 면 에어텐트와의 사투, 그리고 코가 시릴 정도로 추웠던 3월의 밤. 하지만 이 모든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이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연 속에서 즐기는 맛있는 식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캠핑을 떠나기 전, 화로대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노릇노릇하게 고기를 구워 먹는 낭만적인 상상에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비싸고 좋은 참숯과 번쩍이는 석쇠, 그리고 마트에서 가장 두툼해 보이는 고기까지 야심 차게 준비했죠. 하지만 저의 완벽했던 저녁 식사 로망은 불과 10분 만에 새까만 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남들처럼 우아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줄 알았지만, 거대한 화염 끝에 그을음 맛 고기를 씹어야 했던 초보 캠퍼의 뼈아픈 경험과, 그로 인해 깨달은 요리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저는 비장한 마음으로 화로대를 꺼냈습니다. 토치로 불을 붙이는 과정부터가 난관이었지만, 유튜브에서 본 대로 요리조리 불을 가져다 대니 이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이거지!"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묘한 성취감에 휩싸인 저는, 지체 없이 석쇠를 올리고 그 위에 영롱한 선홍빛 삼겹살을 척척 얹었습니다.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캠핑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텐트 주위로 퍼졌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요리의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삼겹살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기름이 붉은 불꽃과 만나는 순간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화르륵!!!"
갑자기 바비큐 화로대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캠핑장에서 흔히 말하는 전설의 '불쇼'가 시작된 것입니다. 놀란 저는 부랴부랴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려 했지만, 건드릴 때마다 더 많은 기름이 떨어지며 불길은 마치 산불처럼 거세졌습니다.
어두운 밤, 우리 텐트 앞만 대장간처럼 환하게 타올랐고, 주변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속수무책으로 고기가 불타오르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거센 불길이 지나간 후, 제 눈앞에 남은 것은 제가 알던 그 영롱한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겉은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버렸고, 매캐한 검은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었죠. 하지만 너무 배가 고팠기에, 탄 부분을 가위로 대충 잘라내고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겉은 까맣게 탔는데 속은 핏기가 도는 생고기, 이른바 '겉탄속생(겉은 타고 속은 생것)'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숯불 그을음의 맛은 바비큐의 낭만을 산산조각 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저녁은 컵라면으로 대충 배를 채워야만 했습니다. 찬물만 나오는 개수대에서 기름 떡진 석쇠를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으며 굳게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직화로 고기를 굽지 않겠다!"
이 뼈아픈 화염의 밤을 겪고 난 후, 저는 요리의 과학적 원리를 깨우쳤습니다. 저와 같은 바비큐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은 분들을 위해 3가지 실전 팁을 전수합니다.
지금은 직화 요령을 터득했지만, 여전히 저의 최애 푸드는 간편하고 맛있는 전골류와 철판 요리입니다. 캠핑은 쉬러 가는 것이지, 연기와 씨름하며 고통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음 포스팅 예고)
텐트, 의자, 식사, 수면까지. 모든 것이 서툴렀던 1박 2일의 생존 게임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시간. 하지만 진정한 캠핑의 난관은 텐트를 칠 때가 아니라 '접을 때' 시작된다고 하죠. 다음 포스팅에서는 "에어텐트 해체와 짐이 두 배로 늘어나는 트렁크 테트리스 지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