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숯불 삼겹살, 고기보다 불꽃이 먼저 올라왔다

첫 캠핑 저녁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텐트도 불멍도 아니었습니다.

참숯 위에 삼겹살을 올려 야외에서 구워 먹는 시간이었습니다.

마트에서 평소보다 두툼한 삼겹살을 골랐고, 화로대와 참숯, 새 석쇠도 준비했습니다. 텐트를 설치하느라 힘을 거의 다 쓴 상태였지만 숯불에 고기만 올리면 캠핑다운 저녁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날 저녁 가장 편하게 먹은 음식은 삼겹살이 아니라 라면이었습니다.

숯이 붉어졌을 때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화로대를 텐트 밖에 놓고 참숯에 불을 붙였습니다.

토치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며 한동안 숯을 달궜습니다. 검은 숯 사이에 붉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고기를 올려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숯 전체에 불이 얼마나 고르게 붙었는지, 화력이 너무 강한 곳은 없는지 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붉은빛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석쇠를 올렸습니다.

그 위에 삼겹살을 한 점씩 놓았습니다.

고기가 석쇠에 닿자 익숙한 소리가 났고 냄새도 금방 퍼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가 기대했던 첫 캠핑 저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삼겹살에서 기름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고기보다 불꽃

기름 한 방울이 숯에 떨어질 때마다 불꽃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집게로 고기를 한 번 뒤집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고기를 뒤집는 순간 또 다른 기름이 떨어졌고, 불꽃은 오히려 더 크게 올라왔습니다.

삼겹살을 석쇠 한쪽으로 옮겼다가 다시 가운데로 가져왔습니다. 불길이 닿는 면을 바꾸려고 계속 뒤집었지만 어느 쪽을 아래로 두어도 비슷했습니다.

불꽃이 고기 표면에 직접 닿으니 겉은 빠르게 검게 변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른 캠퍼들이 조용히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저희 자리에서만 불꽃이 반복해서 솟았습니다. 멋있어 보일 거라 생각했던 숯불 바비큐는 어느 순간 고기를 불에서 피하는 작업이 됐습니다.

당시에는 화로대 가까이에 별도의 소화기를 준비하지 않았고 캠핑장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도 먼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고기 굽는 방법보다 불을 다루는 준비가 먼저였어야 했습니다. 화로대를 텐트 밖에서 사용한 것만으로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삼겹살을 먹으려고 시작했는데, 한동안 고기를 먹지 못하고 불꽃만 피했습니다.

불꽃이 조금 줄어든 뒤 고기 한 점을 집어 확인했습니다.

겉에는 검게 탄 부분이 있었지만 안쪽에는 덜 익어 보이는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겉이 빠르게 변하니 속도 비슷하게 익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탄 부분을 떼어내고 몇 점을 더 익혀 먹었습니다. 하지만 배가 고픈 상태에서도 기대했던 맛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준비해 간 라면을 끓였습니다.

참숯과 석쇠, 두꺼운 삼겹살까지 준비한 저녁이었지만 가장 빠르고 편하게 먹은 음식은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 라면이었습니다.

찬물 개수대

식사가 끝난 뒤에도 숯불 바비큐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석쇠 사이에는 삼겹살 기름과 탄 찌꺼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불이 꺼지고 화로대가 식기를 기다린 뒤 석쇠를 들고 캠핑장 개수대로 갔습니다.

그날 개수대에서는 찬물만 나왔습니다.

굳기 시작한 기름과 탄 찌꺼기를 수세미로 문질렀습니다. 석쇠 사이사이에 끼어 있어 평평한 프라이팬을 닦을 때처럼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기름 묻은 조리도구 하나를 닦는 일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에서는 사용한 접시와 집게, 냄비까지 한꺼번에 들고 개수대에 가야 했습니다.

추운 날 찬물로 석쇠를 계속 문지르면서 그제야 캠핑 요리는 먹는 순간만 보고 정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텐트를 세우고 짐을 옮긴 뒤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 식사가 끝난 뒤 설거지하고 화로대를 정리하는 시간까지 모두 한 끼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첫 캠핑을 준비할 때는 저녁 메뉴를 여러 가지 챙길수록 캠핑을 제대로 즐기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메뉴가 늘어날수록 식재료와 조리도구가 많아졌고, 쉬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다음 캠핑의 냄비

다음 캠핑부터 숯불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삼겹살을 먹기 위해 매번 참숯과 석쇠부터 꺼내지는 않게 됐습니다. 고기를 구울 때는 가스버너와 넓은 그리들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리들이 무조건 편한 조리도구였던 것은 아닙니다. 불이 너무 세면 고기가 탈 수 있었고, 기름이 한쪽에 모이면 중간에 닦거나 덜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삼겹살 기름이 숯으로 직접 떨어지지 않았고 화력을 손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편했습니다. 고기 옆에 채소나 김치를 함께 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석쇠 사이를 하나씩 닦는 대신 평평한 조리면을 정리하면 됐습니다.

직화에서 나는 향은 줄었지만 저희에게는 불꽃과 씨름하지 않고 앉아서 먹는 시간이 더 중요했습니다.

부대찌개나 전골 같은 밀키트도 자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캠핑에서는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하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먹어야 제대로 된 캠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텐트 설치를 마치고 나니 재료를 꺼내고 써는 일부터 부담이 됐습니다.

밀키트는 냄비에 재료를 넣고 끓이는 정도로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칼과 도마를 사용하는 횟수가 줄었고, 먹고 남은 식재료를 다시 포장하는 일도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식사를 준비한 사람이 계속 화로대 앞에 서 있지 않아도 됐습니다.

밀키트가 숯불 바비큐보다 좋은 음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캠핑에서 무엇을 가장 즐기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숯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고기를 굽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사람도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텐트 설치와 장비 정리가 끝난 뒤에는 복잡하게 요리하기보다 함께 앉아서 쉬는 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첫 숯불 삼겹살을 실패한 이유를 삼겹살이나 숯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숯의 상태와 화력을 제대로 보지 않고 두꺼운 고기를 바로 올렸습니다.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 불꽃이 올라올 수 있다는 상황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고, 불을 사용하기 전 캠핑장 소화기의 위치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고기의 겉이 탔다고 속까지 익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는 두꺼운 고기를 조리할 때 겉 색깔만 보지 않고 안쪽 상태까지 확인합니다.

식품안전나라에서는 식품을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해 섭취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캠핑처럼 조명과 조리 환경이 집과 다른 곳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겉면만 믿지 않는 편이 좋았습니다.

또한 숯과 화로대는 텐트 안에서 사용하지 않고, 캠핑장 규정을 확인한 뒤 바깥의 안전한 위치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불을 붙이기 전에 주변 가연물과 캠핑장 소화기 위치부터 확인합니다.

그날 이후 저희 캠핑 식사는 조금 단순해졌습니다.

그리들에 고기를 굽거나 냄비 하나로 밀키트를 끓이고, 부족하면 라면을 추가합니다. 준비한 메뉴의 수는 줄었지만 식사하는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은 늘었습니다.

첫 캠핑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했던 숯불 삼겹살은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저녁 덕분에 캠핑 음식은 복잡해야 맛있는 것도 아니고, 준비를 많이 해야 캠핑다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희에게 잘 맞는 캠핑 저녁은 불꽃이 크게 올라오는 식탁이 아니라, 조리를 끝낸 사람이 함께 앉아 먹을 수 있는 식탁이었습니다.


공식 안전 참고자료

식품안전나라 식중독 예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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