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캠핑의 진정한 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이 도심의 매연과 소음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꼽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런 낭만을 가슴에 품고, 옛날 학교의 정취가 남아있는 조용한 '폐교 캠핑장'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그 완벽했던 환상은 다음 날 아침, 처참하게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제가 수많은 캠핑을 다니며 겪었던 가장 황당하고 어이없었던 캠핑장 빌런, 일명 '새벽 라디오 조깅 빌런'에 대한 피눈물 나는 리얼 경험담입니다. 캠핑장 예약을 앞둔 초보 캠퍼분들이라면 제 이야기를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날은 유독 날씨도 좋았고 텐트 피칭도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폐교 운동장에 둥그렇게 자리 잡은 텐트들은 저마다 화로대에 불을 피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밤 10시가 넘어가자 캠핑장 사장님이 돌아다니며 "매너 타임입니다~"라고 안내했고, 이웃 캠퍼들도 모두 수준 높은 매너를 보여주며 조용히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도 따뜻한 침낭 속에 쏙 들어가 기분 좋은 쌀쌀함을 느끼며 아주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 이번 캠핑은 정말 이웃도 잘 만나고 터도 좋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사건은 다음 날 새벽 6시 무렵 발생했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아 주변이 푸르스름한 이른 시간, 텐트 밖 저 멀리서부터 정체불명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쿵짝 쿵짝~ 빰빠라밤~ ♬ (내 나이가 어때서~)"
처음엔 꿈인 줄 알았습니다. 옆 텐트에서 알람이 울리는 건가 싶어 뒤척였지만, 소리는 점점 제 텐트를 향해 다가오며 커졌고, 이내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엄청난 볼륨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 침낭을 걷어차고 나갔습니다. 텐트 지퍼를 거칠게 열고 밖을 내다본 순간, 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캠핑장 중앙에 있는 널찍한 폐교 운동장 트랙을 따라, 등산복 차림의 동네 시골 아저씨 한 분이 허리춤에 커다란 '효도 라디오'를 차고 아주 경쾌하게 파워 워킹 겸 조깅을 하고 계셨습니다. 무려 신나는 트로트 메들리와 함께 말이죠!
"아니, 아저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여기서 라디오를 틀고 뛰시는 거예요! 다들 자고 있잖아요!"
제가 참다못해 뛰어나가 항의하자, 아저씨는 땀을 닦으며 아주 태연하고 당당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아따, 젊은이가 뭘 모르는구먼. 여가 원래 우리 동네 사람들 아침 운동장인디?
알고 보니 그 폐교는 캠핑장으로 임대되어 운영되면서도, 아침 시간에는 동네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운동장으로 개방하기로 마을 이장님과 합의가 된 곳이었습니다. 캠퍼들이 돈을 내고 지키는 매너 타임은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였지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동네 주민의 막무가내 조깅 루틴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죠.
결국 그날 캠핑장에 있던 수십 명의 캠퍼들은 새벽 6시에 강제 기상하여, 트로트 장단에 맞춰 아침 밥상을 차려야 했습니다. 저는 이 황당하고도 피곤했던 사건 이후로 캠핑장을 예약할 때마다 반드시 지키는 두 가지 생존 법칙을 세웠습니다.
캠핑은 변수의 연속입니다. 여러분도 첫 캠핑장을 예약하실 때 예쁜 풍경에만 속지 마시고, 그곳이 새벽에 동네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로 변하지는 않는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