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첫 캠핑, 팬히터 옆에서도 잠을 설쳤다

첫 캠핑을 떠난 때는 3월 말이었습니다.

낮에는 햇볕이 따뜻했고 얇은 옷을 입고 돌아다닐 만큼 날씨가 괜찮았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전기장판과 팬히터가 있으니 크게 춥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인에게 빌린 소형 등유 팬히터를 텐트 안에 놓고, 바닥에는 에어매트와 전기장판을 깔았습니다.

팬히터의 정확한 모델명과 출력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날의 실내외 온도도 따로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밤새 난방기를 켜두고도 편하게 자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텐트 양쪽의 환기구를 열어두고 일산화탄소 경보기 두 개를 서로 다른 위치에 설치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기와 경보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비일 뿐, 연소식 난방기를 켜놓고 잠들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해가 지기 전

팬히터를 처음 켰을 때는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바로 나왔고, 기기 가까이에 앉아 등을 돌리고 있으면 금방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밖의 공기는 빠르게 차가워졌지만 텐트 안에는 따뜻한 자리가 생겼습니다. 난방기 없이 왔다면 저녁 시간을 보내는 일부터 훨씬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팬히터 가까이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텐트 안 전체가 비슷하게 따뜻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를 정리하면서 팬히터에서 조금 떨어져 보니 공기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기기 앞에서는 따뜻했지만 반대편으로 갈수록 온기가 약했습니다. 텐트가 넓고 천장이 높다는 점은 낮에는 편했지만, 밤에는 데워야 할 공간이 그만큼 많았습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전기장판 덕분에 등과 바닥 쪽은 따뜻했습니다.

문제는 이불 밖으로 나온 얼굴과 주변 공기였습니다.

등은 따뜻한데 얼굴은 계속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몸의 방향을 바꾸면 팬히터 바람이 닿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잠깐 일어나 서 있으면 누워 있을 때보다 공기가 따뜻했습니다. 천장 쪽에 손을 올려보면 온기가 있었지만, 사람이 누워 있는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차가웠습니다.

첫 캠핑이라 서큘레이터는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만 하면 텐트 안에서 저절로 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에는 더 큰 팬히터가 필요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출력이 강한 제품으로 바꾸면 텐트 안 모든 자리가 따뜻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팬히터 주변에는 이미 충분한 열기가 있었습니다.

열이 전혀 부족했다기보다 따뜻한 공기가 기기 주변과 위쪽에 머물러 있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새벽에 물병을 찾았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 물을 찾았습니다.

입안과 목이 계속 말랐고 콧속도 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누웠다가 기침이 나서 몇 번 더 깼습니다.

추워서 잠들지 못한 시간도 있었지만, 새벽에는 목과 코의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증상이 모두 팬히터 때문에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차가운 외부 공기와 계속 열어둔 환기구, 텐트 안의 온도 변화와 당시 제 몸 상태가 함께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팬히터를 준비할 때는 얼마나 따뜻해지는지만 생각했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오랫동안 나오는 공간에서 자면 몸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환기구는 밤새 양쪽을 열어뒀습니다.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더라도 환기를 줄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두 개도 계속 켜둔 상태였습니다. 경보가 울리지는 않았지만,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사용 방식이 안전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경보기는 위험을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난방기 사용 조건을 바꾸거나 취침 중 사고를 막아주는 보증서는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이 되어 팬히터를 끄고 텐트 안을 정리했습니다.

기기 주변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지만 조금 떨어진 잠자리 쪽은 다시 빠르게 차가워졌습니다.

전날 밤 느꼈던 온도 차이가 아침에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팬히터 하나가 돌아가고 있어도 텐트 전체가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예상과 달랐던 점은 결로였습니다.

밤새 난방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텐트 안쪽에 물방울이 많이 맺혔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범위에서는 텐트 안쪽에 뚜렷한 물방울이나 심한 축축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양쪽 환기구를 계속 열어둔 상태였고, 당시 기온과 습도도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한 번 결로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 텐트에는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첫 캠핑 뒤에는 더 큰 팬히터와 서큘레이터도 준비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따뜻한 공기를 움직이는 데에는 이전보다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난방기를 크게 바꾸고 서큘레이터를 추가하는 것은 취침 안전과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공기가 고르게 따뜻해지는 것과 연료를 태우는 기구를 켠 채 자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다시 3월 말 캠핑을 준비한다면 팬히터 출력부터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예상되는 추위에 맞는 침낭과 보온 의류를 준비하고, 바닥의 냉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매트와 전기장판 구성을 확인할 생각입니다.

팬히터를 사용한다면 가족이 깨어 있는 동안 상태를 살피며 사용하고, 잠들기 전에는 끕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계속 설치하겠지만, 경보기가 있다는 이유로 난방기를 켜둔 채 잠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날 팬히터가 쓸모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팬히터가 없었다면 저녁 시간을 보내는 일부터 훨씬 추웠을 것입니다. 다만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는 것과 밤새 편하고 안전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첫 캠핑 밤에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팬히터의 따뜻함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에 목이 말라 물병을 찾았고, 등은 따뜻한데 얼굴은 차가웠던 이상한 잠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