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텐트로 카키색 에어텐트 샀다가 카니발로 차 바꿀 뻔한 썰 (루프백 후기)
50kg이 넘는 거대한 면 에어텐트와의 피칭 사투, 그리고 내 체형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초경량 의자에서의 불편했던 휴식.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었지만, 텐트 위로 밤하늘의 별이 뜨고 화로대에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보고 있으니 비로소 캠핑의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대망의 첫 캠핑을 떠났던 시기는 일교차가 극심한 3월 말이었습니다. 낮에는 완연한 봄기운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녔지만, 산속 캠핑장의 밤은 도심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해가 지자마자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죠. 오늘은 봄의 일교차를 너무 얕잡아 보았다가 코는 얼고 목은 찢어질 뻔했던, 초보 캠퍼의 뼈아픈 난방 경험담과 실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캠핑을 떠나기 전, 산속의 밤은 아직 영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조언에 나름대로 생존 준비를 했습니다. 바닥 냉기를 차단할 에어매트와 전기장판을 겹겹이 깔고, 이번 세팅의 핵심 무기로 지인에게 빌려온 '팬히터'를 텐트 한구석에 든든하게 배치했죠.
"바닥은 장판이 지져주고, 공기는 팬히터가 데워줄 테니 오늘 밤은 완벽하다!"
침낭 속에 쏙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저는 꿀잠을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시간 뒤, 저는 패딩을 껴입고 텐트 안에서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습니다.
가장 큰 패착은 제 텐트의 '거대한 부피'를 망각했다는 점입니다. 무게만 50kg에 육박하는 초대형 거실형 텐트라, 성인 여러 명이 서서 다닐 만큼 넓고 천장도 높은 태평양 같은 공간이었죠.
반면 지인에게 빌려온 기기는 작은 돔 텐트용으로 적합한 '소형' 팬히터였습니다. 밤새 뜨거운 바람을 뿜어냈지만, 텅 빈 체육관에 헤어드라이어 하나를 틀어놓은 격이었습니다. 텐트 구석구석 퍼져야 할 온기는 기기 주변 1미터를 넘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그나마 만들어진 따뜻한 공기조차 제가 누워있는 바닥으로는 전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간다는 대류 현상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천장 쪽으로 손을 뻗어보면 공기가 제법 훈훈했지만, 누워있는 매트 위쪽, 특히 이불 밖으로 나온 얼굴 위에는 시베리아 같은 냉기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천장에 '서큘레이터'를 달아 뜨거운 열기를 바닥으로 눌러주어야 텐트 전체가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등은 화상을 입을 듯 뜨거운데, 코와 뺨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기묘한 고문을 당해야 했습니다.
사실 코가 시린 것보다 저를 더 괴롭혔던 가장 큰 고통은 바로 '건조함'이었습니다.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는 팬히터 방식의 특성상, 텐트 안의 습기를 모조리 태워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가습기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저는 밤새 사하라 사막 같은 환경에 방치되었습니다. 자다가 숨이 턱 막혀서 깼을 때, 목구멍은 사포로 긁은 것처럼 찢어질 듯 아팠고 콧속은 바짝 말라 피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코는 시린데 목은 타들어 가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밤이었습니다.
밤새 추위와 건조함으로 사투를 벌이고 맞이한 아침. 텐트 안팎의 온도 차이가 컸기에 당연히 내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 현상'이 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킨을 만져보니 축축함이라곤 없이 아주 '뽀송뽀송'했습니다! 50kg이라는 살인적인 무게로 저를 괴롭혔던 대형 면(T/C) 텐트가, 특유의 엄청난 통기성으로 결로 제로(0)라는 진가를 발휘한 것입니다. 얼어 죽을 뻔했지만, 쾌적한 아침 공기를 마시니 그 고생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첫 캠핑의 밤은 괴로웠지만, 이 경험 덕분에 난방의 과학적 원리를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예비 캠퍼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음 3가지를 명심해 주세요.
코 시림과 건조함의 지옥에서 벗어나 텐트 밖으로 나오니 허기가 밀려왔습니다. 이제 캠핑의 꽃인 아침 식사를 준비할 차례였죠.
(다음 포스팅 예고)
화려한 바비큐를 꿈꾸며 온갖 식재료를 싸 들고 갔던 첫 캠핑. 하지만 현실은 버너 불 조절 실패와 숯불 불쇼 지옥이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초보 캠퍼의 생존을 위한 '밀키트 예찬론'과 바비큐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